초 공왕과 지앵知罃 (춘추좌전.8.3.4)

진나라가 초의 공자곡신公子穀臣과 연윤 양로襄老의 시신을 초나라에 돌려주고, 지앵知罃을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 ( 8.2.6.) 당시 (지앵의 부친) 순수荀首가 중군의 보좌였기 때문에 초나라는 이를 수락했다

공왕이 지앵을 전송하며 말했다. “아마 그대는 과인을 원망했겠지?” 

“두 나라가 싸움을 벌였고 신이 미련하여 임무를 다하지 못해 귀가 잘릴 신세가 되었습니다. 집사께서 제 피로 흔고釁鼓치 않으시고 돌려보내 모국에서 처벌받게 하셨으니 군주의 은혜입니다. 실로 신이 부족한 것인데 감히 누구를 원망하겠습니까?” 

“그럼, 과인이 은혜를 베푼 것인가?” 

“양국이 각자 사직을 생각하고 백성의 고통을 덜기 위해 각자 분노를 경계하고 서로 관용을 베풀기로 한 것입니다. 쌍방이 포로를 석방하여 우호를 맺었습니다. 신은 이번 우호에 관여한 바가 없는데 누구에게 은혜를 입었다고 말하겠습니까?” 

“그대가 돌아가면 내게 어떻게 보답하겠는가?” 

“신은 원한을 품지 않을 것이니 군주 역시 은혜를 생각하지 마십시오. 원망도 은혜도 없으니 어찌 보답할 지 모르겠습니다.” 

“설사 그렇더라도 어떻게 보답할 지 반드시 과인에게 고해야 할 것이다.” 

“군주의 은혜로 포로였던 신이 진으로 돌아가 뼈를 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군이 저를 죽이더라도 또한 이 은혜는 썩어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과군이 군주가 베푼 은혜를 좇아 저를 사면하여 군주의 외신外臣 ()에게 넘기고, 가 과군께 청하여 가문의 사당에서 저를 죽이더라도 역시 군주의 은혜는 썩어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부친이 과군의 허락을 얻지 못해 제가 종직宗職을 계승하고 단계를 밟아 정사에 종사하게 되면 저는 가병을 거느리고 우리 땅을 지킬 것입니다. 설사 전장에서 집사와 조우하더라도 감히 피하지 않고 죽을 힘을 다할 것이며 두 마음을 품지 않고 신하된 도리를 다할 것입니다. 

공왕이 말하였다. “아직 진나라와 다툴 수 없겠구나.” 공왕은 지앵에게 후한 예물을 주어 돌려보냈다.


원문

人歸楚公子穀臣連尹襄老之尸于以求知罃. 於是荀首佐中軍矣人許之. 王送知罃: 子其怨我乎?對曰: 二國治戎臣不才不勝其任以爲俘馘. 執事不以釁鼓使歸卽戮君之惠也. 臣實不才又誰敢怨?王曰: 然則德我乎?對曰: 二國圖其社稷而求紓其民各懲其忿以相宥也. 兩釋纍囚以成其好. 二國有好臣不與及其誰敢德?王曰: 子歸, 何以報我?對曰: 臣不任受怨君亦不任受德無怨無德不知所報.王曰: 雖然必告不穀.對曰: 以君之靈纍臣得歸骨於寡君之以爲戮死且不朽. 若從君之惠而免之以賜君之外臣其請於寡君而以戮於宗亦死且不朽. 若不獲命而使嗣宗職次及於事而帥偏師以修封疆. 雖遇執事其弗敢違其竭力致死無有二心以盡臣禮所以報也.王曰: 未可與爭.重爲之禮而歸之.


관련 주석

人歸楚公子穀臣連尹襄老之尸于以求知罃. 於是荀首佐中軍矣人許之: 『좌전·선공12년』을 참조하라.

王送知罃: 子其怨我乎?對曰: 二國治戎: 치융治戎『좌전·성공16년』의 치융과 『좌전·희공23년』의 “진과 초가 중원에서 교전했다(·治兵遇於中原)”의 “치병”과 같은 뜻이며 교전의 의미이다.

臣不才不勝其任以爲俘馘: 지앵은 포로가 되기는 했지만 귀가 잘리지는 않았다. 여기서 “괵”자는 유사한 뜻의 말을 연이어 쓴 것일 뿐이다.

執事不以釁鼓: 흔고釁鼓『좌전·희공33년』의 주석을 참조.

使歸卽戮君之惠也. 臣實不才又誰敢怨?王曰: 然則德我乎?對曰: 二國圖其社稷而求紓其民: 느슨하게 하다()의 뜻.

各懲其忿: 경계하다()의 뜻.

以相宥也. 兩釋纍囚以成其好. 二國有好臣不與及其誰敢德?王曰: 子歸, 何以報我?對曰: 臣不任受怨君亦不任受德無怨無德不知所報.王曰: 雖然必告不穀.對曰: 以君之靈纍臣得歸骨於寡君之以爲戮死且不朽. 若從君之惠而免之以賜君之外臣: 당시의 경대부들은 타국의 군주에 대해 자신을 외신外臣이라 자칭했다. 여기서 지앵은 초의 군주에게 그 부친의 이름을 거론했다.

其請於寡君而以戮於宗: 은 종묘. 순수는 지앵의 부친일 뿐만 아니라 순씨의 소종小宗 종자宗子로서 본족의 구성원에 대해 살륙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행사하기 전에 군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亦死且不朽. 若不獲命: 두예: “군주가 지앵을 죽이는 일을 허락하지 않다.

而使嗣宗職: 종직宗職에 대해 두예는 “조종의 지위와 관직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해석. 홍량길의 『고』는 순수의 부친이 경이 된 적이 없으므로 “조종의 지위와 관직을 계승”할 수 없고, 그러므로 “종직은 부친의 관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당시 순수는 중군의 보좌였고 아직 은퇴하기 전이기 때문에 홍량길의 주장은 신뢰할 수 없다. 심흠한의 『보주』: “종직은 종자가 하는 일이다. 다음의 ‘次及於事, 즉 순서가 되어 진나라의 정사를 담당하는 것이다.” 비교적 타당한 설명이다.

次及於事 而帥偏師以修封疆. 雖遇執事其弗敢違其竭力致死無有二心以盡臣禮所以報也.王曰: 未可與爭.重爲之禮而歸之: 주석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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