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강림 (3.32.3.)

가을 7, (하남성 삼문협시 서쪽의 협석진峽石鎭에서 15리 떨어진 신원莘原) 땅에 신이 강림했다

혜왕이 내사內史에게 물었다. “신이 강림한 까닭이 무엇인가?” 

“나라가 흥하려 할 때 밝은 신이 그 나라에 강림하여 군주의 덕을 살펴봅니다. 망하려 할 때도 신이 강림하여 군주의 악을 살펴봅니다. 그러므로 신이 강림하면 나라가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합니다. 전대의 우나라, 하나라, 상나라 그리고 주나라 역시 모두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신과 상통할 수 있는 제물로 제사를 드려야 합니다. 강림한 일자에 상응하는 제물을 사용하십시오.” 왕이 그의 말을 따랐다

내사 과가 신이 강림한 장소로 가는 길에 괵공이 신께 청탁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돌아와 왕에게 아뢰었다. “괵은 필경 멸망할 것입니다. 군주는 포학한데 신탁에 귀를 기울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이 신 땅에 거처한 6개월이 되었다. 괵공은 축응祝應, 종구宗區 그리고 사은史嚚에게 명하여 신께 제사를 드렸다. 신은 괵공에게 토지를 하사했다. 사은이 말하였다. “괵나라는 멸망할 것이다! 내가 듣건대, 나라가 흥할 때는 백성의 말을 귀담아듣고, 망할 때는 신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고 했다. 신은 총명과 정직에만 집중하는 존재이니 그 사람의 덕에 근거하여 화복을 내린다. 괵공은 덕이 부족하다. 어찌 그가 토지를 얻을 수 있겠는가?”


원문

3.32.3. 秋七月有神降于.

惠王問諸內史過: 是何故也?對曰: 國之將興明神降之監其德也; 將亡神又降之觀其惡也. 故有得神以興亦有以亡···皆有之.王曰: 若之何?對曰: 以其物享焉. 其至之日亦其物也.王從之. 內史過請命反曰: 必亡矣. 虐而聽於神.

神居六月. 使祝應·宗區·史嚚享焉. 神賜之土田. 史嚚: 其亡乎! 吾聞之: 國將興聽於民; 將亡聽於神. , 聰明正直而壹者也依人而行. 多涼德其何土之能得?


관련주석

秋七月有神降于: 괵나라의 땅이다. 하남성 삼문협시三門峽市 서쪽에 협석진峽石鎭 있는데, 그 곳에서 15리 떨어진 곳에 신원莘原 있다.


춘추시대 지도 - 괵나라

괵나라 박물관


惠王問諸內史過: 내사과는 주나라 대부로서 『좌전·희공11년』에도 보인다. 과는 평성이고 상세한 내용은 『좌전·환공2년』의 주석을 참조.

是何故也?對曰: 國之將興明神降之監其德也: 『설문』의 “감은 위에서 아래를 살펴본다는 뜻이다”에 대한 단옥재의 주석을 보면 “『소아』의 『모전』에 ‘감은 보다(, 視也).’라고 풀이한다. 허신은 ‘감은 보다( , 視也)., ‘감은 아래를 바라보다(, 監下也).’라고 설명한다.” 즉 본문의 감은 『설문』의 “ ”자에 해당하고, 아래의 “觀其惡”의 “관”은 글자를 바꿔 뜻을 보인 것이다.

將亡神又降之觀其惡也. 故有得神以興亦有以亡: 금택문고본은 “亦有得神以亡”으로 써서 “得神 두 글자를 중복한다. 『후한서·양사전楊賜傳』에 “신이 경전에서 보건대, 귀신을 얻어서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한다고 합니다.”라는 문구가 있는데, 그것은 대략적인 뜻을 얻어 쓴 것이지 원문에 근거한 것은 아니다.

···皆有之.: 주어상」에서 여러 번 하·상·주의 귀신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만 그것이 우에까지 이르진 않는다. 대체로 우하虞夏는 한 묶음으로서 고대인이 상투어로 사용했다. 여기서는 하나라 때문에 우를 언급한 것으로 자세한 내용은 유월의 『다향실경설』을 참조. 다만 우와 하는 같은 조대가 아니므로 여기서는 구분하였다.

王曰: 若之何?對曰: 以其物享焉: 제물과 제복을 가리킨다.

其至之日亦其物也.: 고대에 신에게 드리는 제사에는 일정한 제도가 있다. 그런데 강림한 신에게는 어떻게 제사를 올려야 하는지 사전에 기재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내사과는 신이 강림한 날에 근거하여 그에 상응하는 제품과 제복으로 제사를 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강림한 날(其至之日)이란 신이 땅에 도착한 날을 말한다. 고대에는 갑·을·병·정 등의 천간으로 날을 헤아렸다. 『예기·월령』에 근거하면 갑과 을의 날에 신이 강림하면 먼저 희생의 지라, 푸른 색의 옥, 청색의 제복을 입으며(祭先脾, 玉用蒼, 服上靑), 병과 정의 날이라면 희생의 폐를 사용하고, 옥과 제복은 모두 붉은 색(祭用肺, ·服皆赤)으로 하며, 무와 기의 날에 강림했으면 희생의 심장을 사용하고, 옥과 복은 모두 황색으로(祭用心, ·服皆黃)하고, 경과 신이면 희생물의 간을 옥과 제복은 모두 흰색으로(祭用肝, ·服皆白)하며, 임과 계의 날이면 희생의 콩팥을 사용하고 옥과 제복은 모두 검은 색으로(祭用腎, ·服皆玄)한다.

王從之. 內史過請命: 다음 글을 보면, 청명請命이란 괵공이 신에게 토지를 구한 것임을 알 수 있다.

反曰: 必亡矣. 虐而聽於神.: 괵의 군주가 포학한 사람임을 말한다. 聽於神”은백성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神居六月: 공영달의 『소』: 7월에 강신했다는 것은 올해 7월이다. 강림하여 신에 머문 지 6개월 만에 괵공이 축사를 보내어 제사를 드린 때는 이해 12월이다. 내사 과가 가서 괵공이 귀신에게 청명했다는 얘기를 들었으니 역시 12월이다. 『좌전』에서 먼저 왕이 내사 과에게 강신에 대해 물을 일을 적고, 후에 괵공의 청명에 관한 일을 논하면서 마무리지었으므로 이 문장은 시간 상 도치된 것이다.

使祝應·宗區·史嚚享焉: 대축, 종인, 태사를 말하고, ·구·은 그 사람들의 이름이다. 사은에 대해서는 「진어2」에도 나온다. 의 음은 은이다.

神賜之土田: 신이 토지를 내려 주기로 약속했다.

史嚚: 其亡乎! 吾聞之: 國將興聽於民; 將亡聽於神. , 聰明正直而壹者也: 소위 『국어』의 “대저 신이란 한 곳에 집착하여 멀리 가지 않는 것이니(夫神壹, 不遠徙遷)”에 대해 위소는 “신은 일심으로 사람에게 의지하고 멀리 가지 않는다(言神壹心依憑於人, 不遠遷也).”라고 설명한다.

依人而行: 그가 선하면 복을 내리고 악하면 화를 내린다.

多涼德: 엷음이다.

其何土之能得?: 주어상」역시 이 일을 기재하고 있고, 내사 과의 말은 매우 상세하다. 『설원·변물편辨物篇』역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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