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환공의 패도와 왕도霸王之器 (4.1.5.)
겨울, 제나라의 중손추仲孫湫가 우리나라로 와서 정세를 살폈다. 『춘추』에
그를 “중손仲孫”으로 쓴 것은 역시 그의
행동을 훌륭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중손추가 귀국하여 환공에게 보고했다. “경보를
제거하지 않는 한 노나라의 혼란은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경보를 제거할
수 있겠는가?”
“혼란이 그치지 않으면 스스로
화를 부를 것이니 때를 기다리십시오!”
“불가합니다. 노나라는 여전히 주나라의 예를 준수하고 있습니다. 주나라의 예는 나라를 지키는 근간입니다. 신은 ‘나라가 망하려면 뿌리가 먼저 뽑히고 가지가 그 뒤를 따른다.’고 들었습니다. 노나라는 주나라의 예를 버리지 않았으니 아직 움직일 수 없습니다. 군주께서는 노나라의 혼란을 안정시키는데 힘쓰시고 가까이 두십시오. 예를 지키는 나라를 가까이하고, 중후하고 견고한 나라를 의지하며, 분열되고 혼란한 나라는 틈을 이용하고, 어지러운 나라는 멸망시키는 것, 이것이 패자와 왕자가 갖춰야 할 자질입니다.”
원문
4.1.5. 冬,齊仲孫湫來省難,書曰: “仲孫”,亦嘉之也.
仲孫歸曰: “不去慶父,魯難未已.” 公曰: “若之何而去之?” 對曰: “難不已,將自斃,君其待之!” 公曰: “魯可取乎?” 對曰: “不可. 猶秉周禮. 周禮,所以本也. 臣聞之: ‘國將亡,本必先顛,而後枝葉從之.’ 魯不棄周禮,未可動也. 君其務寧魯難而親之. 親有禮,因重固,間攜貳,覆昏亂,霸王之器也.”▣冬,齊仲孫湫來省難,書曰: “仲孫”,亦嘉之也: 추湫는 중손의 이름이다. 『춘추』에서 이름을 쓰지 않고 자를 쓴 까닭
역시 그를 칭찬함의 뜻이다. 성省은 시찰의 의미.
▣仲孫歸曰: “不去慶父,魯難未已.”: 그
당시 경보가 이미 제나라에서 노나라로 귀국했기 때문에 중손이 이같이 말한 것이다.
▣公曰: “若之何而去之?” 對曰: “難不已,將自斃: 이 문구는 『좌전·은공원년』의 “불의한 일을 많이 행하면 필시 스스로 화를 부를 것이다(多行不義, 必自斃)”의 뜻과 유사하다.
▣君其待之!” 公曰: “魯可取乎?” 對曰: “不可. 猶秉周禮: 병秉은 지킴執·지탱持·잡음操의 뜻이다.
▣周禮,所以本也. 臣聞之: ‘國將亡,本必先顛,而後枝葉從之.’: 『시·대아·탕蕩』의 “또한 세간에 이런 말이 있다: 쓰러진 나무 그 뿌리
드러날 때, 가지와 잎은 아직 상하지 않았어도 뿌리가 먼저 뽑혀 죽는다(人亦有言: 顚沛之揭, 枝葉未有害, 本實先撥).” 시의 본래 뜻과는 시각이
다르지만 인용한 바의 뜻은 대략 비슷한 점이 있다.
▣魯不棄周禮,未可動也. 君其務寧魯難而親之. 親有禮,因重固: 중重과 고固 각 뜻은 서로 기대는 뜻이 있는데 여기서는
하나의 단어로 쓰여서 중후하고 견고함이 있는 나라를 가리킨다. 인因에는 믿고(依)와 친함(親)의 뜻이 있다.
▣間攜貳: 어떤 나라에 내부적으로 서로 반심을 품게
되면 그것을 기회로 삼아 이간질한다.
▣覆昏亂: 혼란한 나라는 그에 근거하여 멸망시킨다.
▣霸王之器也.”: 『좌전·성공16년』의 “덕德·형刑·상詳(제사지낼때 용의주도함)·의義·예禮·신信은 전쟁의 중요한 요소(器)이다.” 본문과 기器자의 용법은 같다. 두예는 그에 대한 주석에서 “기器는 용用의 뜻”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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