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도공의 인사 개편, 겸양의 예의 핵심 (춘추좌전.9.13.3)

 

순앵과 사방의 사망으로 인한 진 도공의 인사 개편


순앵荀罃과 사방士魴이 사망했다

진 도공이 면상綿上(산서성 익성현翼城縣 서쪽)에서 훈련을 실시하고 사열했다. 사개를 중군의 장수로 삼으려 했지만, 그가 사양했다. “백유伯游(순언)가 연장자입니다. 과거 신은 지백과 친밀하여 그를 보좌했던 것이지 제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닙니다. 저는 백유를 보좌하기를 청합니다.” 그래서 순언이 중군을 지휘했고 사개가 그를 보좌했다. 한기韓起를 상군의 장수로 삼으려 했지만 그는 조무趙武에게 양보했다. 다시 난염欒黶을 상군의 장수로 삼으려 했지만 그 역시 사양하며 말하였다. “신은 한기보다도 못합니다. 그가 조무를 섬기길 원하니 그의 뜻을 따라 주십시오.” 도공은 조무로 하여금 상군을 지휘하게 했고 한기가 그를 보좌했다. 난염이 하군을 지휘했고 위강魏絳이 그를 보좌했다. 신군에 장수감이 없어 도공이 인선에 어려움을 겪었고, 신군의 여러 관료(십리什吏)에게 병졸과 관속을 인솔하여 하군의 지휘를 따르게 했으니 법도에 맞다. 진나라 백성들이 이 때문에 크게 화합했고 제후 역시 진과 돈독해졌다.


군자가 말한다. “겸양()은 예의 핵심이다. 범선자(사개)가 사양하니 아랫사람들도 모두 양보했다. 교만한 난염이라도 감히 이를 어길 수 없었다. 진나라는 이 때문에 화평해졌고 몇 세대에 걸쳐 이 겸양의 이익을 향유하였으니 선함을 본받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선함을 따르면 백관이 화목해지니 이에 힘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서』(「여형」편)에서 말한다: ‘한 사람이 선하면 억조 창생이 이에 힘입어 길이 편안하리라!’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주나라가 흥기할 때 『시』(「대아·문왕)는 말한다. “문왕의 덕을 본받으니 천하가 신뢰하였다.’ 이는 선함을 본받음을 말한 것이다. 주나라가 쇠퇴해지자 『시』(「소아·북산北山)는 말한다. ‘대부의 능력이 고르지 못하고 나 홀로 똑똑한 척 일을 처리하네.’ 이는 교만을 풍자한 것이다. 치세에는 군자가 능력을 숭상하여 아랫사람에게도 양보하고 소인은 온 힘을 다해 윗사람을 섬긴다. 이로써 상하가 예를 갖추게 되고, 간사한 이를 멀리 축출하니 다투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일러 의덕懿德이라 한다. 난세에는 군자는 자신의 공적을 과시하여 소인을 업신여기며, 소인은 자신의 재주를 자랑하여 군자를 능멸한다. 그러므로 상하가 예가 없어지고 변란과 포악이 동시에 일어나니 각자 선함을 다투기 때문이다. 이를 가리켜 혼덕昏德이라 한다. 나라의 폐단은 항상 이로부터 비롯되는 법이다.


원문

(9.13.3.) 荀罃·士魴晉侯蒐于綿上以治兵. 使將中軍辭曰: 伯游. 昔臣習於知伯是以佐之非能賢也. 請從伯游.荀偃將中軍佐之. 使韓起將上軍辭以趙武. 又使欒黶, 辭曰: 臣不如韓起韓起願上趙武君其聽之.使趙武將上軍韓起佐之; 欒黶將下軍魏絳佐之. 新軍無帥晉侯難其人使其什吏率其卒乘官屬以從於下軍禮也. 晉國之民是以大和諸侯遂睦.

君子曰: 禮之主也. 范宣子其下皆讓. 欒黶爲汰(1)弗敢違也. 晉國以平數世賴之刑善也夫! 一人刑善百姓休和, 可不務乎! : 一人有慶兆民賴之其寧惟永.其是之謂乎! 之興也: 儀刑文王萬邦作孚.言刑善也. 及其衰也: 大夫不均我從事獨賢 言不讓也. 世之治也君子能而讓其下小人農力以事其上是以上下有禮而讒慝黜遠由不爭也謂之懿德. 及其亂也君子稱其功以加小人小人伐其技以馮君子是以上下無禮亂虐並生由爭善也謂之昏德. 國家之敝恆必由之.


(1) “대”는 “태”로 쓰기도 한다. 여기서는 완원의 『교감기』와 금택문고본을 따라 바로잡았다.


주석

荀罃·士魴: 진나라 군의 장수 8명 중 두 사람이 죽었다.



춘추시대-진나라-육경의 판도
진나라 육경의 판도


晉侯蒐于綿上以治兵: 사냥과 아울러 군사훈련을 하는 것. ‘치병은 군대의 검열. 『좌전·은공5년』의 주석을 참조. 면상綿上 현 산서성 익성현翼城縣 서쪽. 『좌전·희공24년』의 주석 참조.

使將中軍: 사개는 본래 중군의 보좌였고 순앵이 중군의 장수였다. 그가 죽었으므로 순서에 따라 진급시켰다.

辭曰: 伯游: 백유는 순언의 자이다. 『좌전·양공9년』에도 범개는 중항언中行偃보다 어리지만 중항언은 그를 위에 두고 중군을 보좌하게 하였습니다.”라는 기사가 있다.

昔臣習於知伯是以佐之非能賢也: 습어지백이란 지앵(순앵)과 서로 잘 이해하는 사이였기 때문에 함께 일을 잘 도모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가 장수가 되고 자신이 보좌했던 것이다. “능현”은 “현능”과 같은 말. 『좌전·은공3년』에 상세한 설명이 있다.

請從伯游.荀偃將中軍: 왕인지의 『술문』은 왕념손의 주장을 인용하여 “순언”위에는 “使”자가 있어야 옳으니 『어람』에서 두 번 이 문장을 인용할 때 모두 “사”자가 있었다는 등의 주장을 한다. 사실 이 문장은 과거의 일을 기술하는 것이므로 자가 없어도 된다.

佐之. 使韓起將上軍辭以趙武. 又使欒黶, 辭曰: 臣不如韓起韓起願上趙武君其聽之.使趙武將上軍韓起佐之; 欒黶將下軍魏絳佐之: 조무는 본래 신군의 장수로서 8명의 경 중에서 7번째에 해당하는데 이제 서열이 3번째까지 올라섰다. 사개와 한기 그리고 난염의 지위는 예전과 같다. 위강은 6번째였던 사방을 대신했다.

新軍無帥晉侯難其人使其什吏率其卒乘官屬以從於下軍禮也: 『좌전·양공25년』: “육정六正으로부터 오리五吏·삼십수三十帥·삼군三軍 대부 그리고 백관의 정장正長, 군대帥旅 관직을 가진 모든 사람이 뇌물을 받았다.” 본문의 십리는 인용문의 오리五吏 리와 같다. 오리五吏 군위軍尉·사마司馬·사공司空·여위輿尉·후엄候奄이다. 각 군에는 모두 이 오리가 있고 오리는 각각 자신의 부사수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십리라고 부른다. 십리什吏는 십리十吏와 같다. 『좌씨회전』에 자세하다.

晉國之民是以大和諸侯遂睦: 이 일로 인해 제후들이 모두 진나라에 복종했다는 뜻.

君子曰: 禮之主也. 范宣子: 범선자는 곧 사개이다. 중군의 장수 자리를 순언에게 양보했다.

其下皆讓. 欒黶爲汰: “대”는 “태”로 쓰기도 한다. 여기서는 완원의 『교감기』와 금택문고본을 따라 바로잡았다. 난염의 전횡은 다음에 보인다.

弗敢違也: 난염 역시 자리를 사양했다.

晉國以平: 평은 화목. 현재 진나라의 단결된 모습을 나타낸다.

數世賴之刑善也夫!: 형은 법이다. 좋은 사례에서 모범을 본받음이다. 이로움.

一人刑善百姓休和: 『상서·요전』의 “먼저 모든 친족을 화목하게 한 후 백관(百姓)들을 밝게 다스렸다.”에서 백성은 모든 관료 가문이다. 오늘날의 백성과는 뜻이 다르다.

可不務乎!: 이 일에 진력함이다.

▣『: 一人有慶: 은 선함의 뜻.

兆民賴之, 其寧惟永.: 일인은 본래 천자를 가리키지만 여기서는 원래의 뜻에 구속되지 않으며 널리 모든 윗사람을 가리킨다. 위의 한 사람이 선한 일을 실천하면 아래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 이로움을 받게 되고 국가의 안정을 오래 유지할 수 있음이다. 『상서·여형呂刑』의 문구이다.

其是之謂乎! 之興也: 儀刑文王, 萬邦作孚.: 의형儀刑은 같은 뜻의 동사의 연용이다. 모두 본받다의 뜻. 는 신, 즉 모든 나라가 이를 보고 믿게 됨이다. 『시·대아·문왕文王』의 시구이다.

言刑善也. 及其衰也: 大夫不均我從事獨賢: 『시·소아·북산北山』의 시구. 이 시는 본래 주 여왕이 하는 일이 불공평함을 풍자한 시로서 자신만 일이 많음을 노래한 것. 많음의 뜻이다. 하지만 이 시를 인용한 이는 현을 능력의 뜻으로 해석했다. 즉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고 다른 사람과 일을 의논치 않음이다.

言不讓也. 世之治也君子能而讓其下小人農力以事其上: 왕인지의 『술문』은 “농력이란 힘써 일함(努力)의 뜻으로 어 뿐이다.”라고 풀이하는데 매우 옳다. 심동의 『소소』는 『당석경』에 처음에는 전자로 새겨져 있었는데 후에 농자로 고쳐진 것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진소장의 설을 인용하고 있는데 송본에도 전자로 쓰여 있기 때문에 이를 따른다고 하였다. 그렇지만 불확실한 주장이다.

是以上下有禮而讒慝黜遠由不爭也謂之懿德: 는 아름다운의 뜻.

及其亂也君子稱其功以加小人: 과장. 멸시의 뜻.

小人伐其技以馮君子: 벌과 칭(자랑/과장)은 같은 뜻. 이고 멸시()와 같은 뜻.

是以上下無禮亂虐並生由爭善也: 두예: “스스로 잘났다고 다툼이다.

謂之昏德. 國家之敝恆必由之.: 주석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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