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사 사광師曠의 군주란 어떤 존재인가? (춘추좌전.9.14.6.)
악사 사광師曠의 군주란 어떤 존재인가?
사광師曠이 진 도공의 시중을 들고 있었다.
도공이 말했다. “위나라 사람들이 군주를 축출하다니 너무 심하지 않은가?”
사광이 대답했다. “아마도 군주의 실정이 실로 과했던 것 같습니다. 훌륭한 군주는 선에 포상하고 악을 단죄하며, 자식처럼 백성을 양육하고 하늘처럼 덮어주고 땅처럼 포용합니다. 백성은 군주를 받들기를 부모처럼 사랑하고 해와 달처럼 우러러보며 신명처럼 존경하고 천둥처럼 두려워하니 어찌 축출할 수 있겠습니까?
무릇 군주는 제사의 주관자이고 백성이 앙망하는 존재입니다. 만약 군주가 백성의 삶을 곤경에 빠뜨리고 신명의 제사를 끊는다면 이는 백성의 기대를 끊고 사직에 주관자가 없는 것이니 장차 그런 군주를 무엇에 쓰겠습니까? 쫓아내지 않고 어찌 하겠습니까? 하늘이 백성을 내고 군주를 세운 것은 그에게 백성을 양육하여 본성을 잃지 않게 인도하라는 것입니다. 군주가 있고, 그를 위해 경대부를 둔 것은 군주의 사師와 보保가 되어 보좌하고 그가 법도를 넘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까닭에 천자에게 제후가 있고, 제후에게 경이 있으며, 경에게 측실側室이 있고 (관직명. 장자를 제외한 아들 중 한 명을 임명한다.), 대부에게 이종貳宗이 있으며 (관직명. 종실 자제 중 한명을 세운다.), 사에게 동지朋友가 있고, 서인庶人·공工·상商·조皂·예隸·목牧·어圉 등에겐 모두 친척이 있어서 서로 돕고 보완하게 한 것입니다. 선을 행하면 칭찬하고, 과실이 있으면 바로잡고, 우환이 닥치면 구제하고, 실정이 있으면 개혁합니다. 왕 이하 각 부형과 자제들이 존재하는 것은 왕의 정치를 살피고 보완하기 위함입니다. 사관은 군주의 거동을 기록하고, 악사는 시를 노래하고, 악공은 잠언을 낭송하고, 대부는 군주의 잘못을 바로잡고 인도하며, 사는 절차에 따라 간언하고, 서인은 모여서 비방하며, 상인(商旅)은 시장에서 떠들며, 장인들은 재주를 가지고 간언합니다. 그래서 『하서』는 ‘추인遒人이 목탁을 가지고 길을 순행하며 정령을 널리 선포하고, 각 관직의 수장은 서로 잘못을 바로잡아 주고, 장인들은 가진 기술로써 간언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정월에 추인이 순행하는 것은 상도를 잃은 처사에 간언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하늘이 백성을 사랑함이 이처럼 깊습니다. 어찌 한 사람이 방자하게 백성의 위에서 방종하며 하늘과 땅의 본성을 저버리는 일을 방치하겠습니까? 절대로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원문
(9.14.6.) 師曠侍於晉侯. 晉侯曰: “衛人出其君,不亦甚乎?” 對曰: “或者其君實甚. 良君將賞善而刑淫,養民如子,蓋之如天,容之如地; 民奉其君,愛之如父母,仰之如日月,敬之如神明,畏之如雷霆,其可出乎? 夫君,神之主而(1)民之望也. 若困民之主,匱神乏祀,百姓絶望,社稷無主,將安用之? 弗去何爲? 天生民而立之君,使司牧之,勿使失性. 有君而爲之貳,使師保之,勿使過度. 是故天子有公,諸侯有卿,卿置側室,大夫有貳宗, 士有朋友,庶人·工·商·皂·隸·牧·圉皆有親暱,以相輔佐也. 善則賞之,過則匡之,患則救之,失則革之. 自王以下各有父兄子弟以補察其政. 史爲書,瞽爲詩,工誦箴諫,大夫規誨,士傳言,庶人謗,商旅于市,百工獻藝. 故『夏書』曰: ‘遒人以木鐸徇于路,官師相規,工執藝事以諫.’ 正月孟春,於是乎有之,諫失常也. 天之愛民甚矣,豈其使一人肆於民上,以從其淫,而棄天地之性? 必不然矣.”
(1) “而”는 본래 “也”자로 쓰여 있다. 여기서는 『석경』, 송본, 순희본, 악본
그리고 금택문고본을 따라 바로잡았다.
주석
▣師曠侍於晉侯: 두예: “사광師曠은 진나라의 대악사 자야子野이다.”
▣晉侯曰: “衛人出其君,不亦甚乎?” 對曰: “或者其君實甚: 심甚은 과도함.
▣良君將賞善而刑淫,養民如子,蓋之如天,容之如地: 백성을 부모처럼 덮어주는 것이 마치 높은 하늘같고, 땅처럼 넓고 두텁게 사람을 실어 준다.
▣民奉其君,愛之如父母,仰之如日月,敬之如神明,畏之如雷霆,其可出乎?: 기其는 “기豈”의 용법.
▣夫君,神之主而民之望也: “也”는 본래 “而”자로 쓰여 있다. 여기서는 『석경』, 송본, 순희본, 악본
그리고 금택문고본을 따라 바로잡았다.
▣若困民之主: 주主는 『신서·잡사편』과 『설원·군도편』에선 모두 “困民之性”으로 쓴다. “주”자가 “生”자와 형태가 비슷하여 생긴
오류가 맞다. 생과 성은 고본에서 통용될 수 있다. 『국어·주어상』의
“신神과 사社를 궤핍하고 백성들이 쓸
재화를 고갈시키고(匱神乏社而困民之才)”라는 문구는 본문의 두
구절과 뜻이 같다. 困民之生은 困民之才의 뜻이다.
▣匱神乏祀: 궤匱와 핍乏은 뜻이 같다. 귀신에게 제사를 지낼 주관자(군주)를 잃다.
▣百姓絕望,社稷無主,將安用之?: 그런 군주를 어디에 쓰겠는가?
▣弗去何爲? 天生民而立之君,使司牧之,勿使失性. 有君而爲之貳: 두예: “이貳는 경좌卿佐를 말한다.”
▣使師保之,勿使過度. 是故天子有公,諸侯有卿,卿置側室,大夫有貳宗: 『좌전·환공2년』의 주석을 참조.
▣士有朋友: 『좌전·환공2년』의 “사는 노예와 자제들이 있다(士有隸子弟).”에서 본문의 “붕우”는 예자제隸子弟와 유사하다. 환공 2년의
“각유분친”과 다음에 나오는 “皆有親暱”로 미루어보면 붕우는 한 단어이고 오늘날의 붕우의 뜻이 아니다. 붕우란
혹 동종同宗이나 동문同門(유보남의 『논어·학이』)을 가리키는 것 같다.
▣庶人·工·商·皂·隸·牧·圉皆有親暱,以相輔佐也. 善則賞之: 여기서 상賞은 포상의 뜻이 아니라 보좌하는 사람이 (과실을) 바로잡고 행상하게 하다(以輔佐之人不能對正主行賞). 두예: “상은 선양하다.”
「진어9」: “대저 군주를 섬기는 이는 군주의 과실은 간하고 선행은 칭찬해야 한다(夫事君者諫過而賞善).”에서의 상 역시 뜻이 같다. 위소는 상선賞善은 그 아름다운 행실을 따른다라고 해석했는데 역시 통한다.
▣過則匡之: 광은 바로잡다.
▣患則救之,失則革之: 혁은 개혁.
▣自王以下各有父兄子弟以補察其政: 두예: “허물의 살펴 보완하고 행동의 득실을 살피다.”
▣史爲書: 두예: “대사는 군주의 모든 거동을 기록한다.”
▣瞽爲詩: 고는 악사이다. 『주례·춘관·서관』의 정현의 주석: “무릇 음악(시)을 노래하는 이는 반드시 소경을 쓰고 그 중 현명한 사람을 골라
대사와 소사로 삼는다.” 「주어상」의 “瞽獻曲”은 본문의 “瞽爲詩”과 같다. 소경이
시를 노래할 때 반드시 연주를 한다.
▣工誦箴諫: 공영달의 『소』: “『의례』에선 악인을 ‘공工’으로 통칭한다.”
송은 노래 혹은 낭독을 말한다. 잠간箴諫은 모두 바르게 권고하는
말이다.
▣大夫規誨: 규는 바로잡다. 회는 가르치다/인도하다. 본문과 「주어상」의 “측근 신하들은
최선을 다하여 군주를 바로잡는다(近臣盡規)”는 뜻이 같다.
▣士傳言: 두예: “사는 신분인 낮아 바로 간언할 수 없기 때문에 군주의
과실을 들었거든 대부에게 그 사실을 고한다.”
▣庶人謗: 이 문구 역시 『상서·무일』의 “소인들은
원망하고 욕하는 경향이 있다(小人怨汝·詈汝)”의 뜻과 같다. 「주어상」에서 소공이 말한다: “그러므로 천자가 국정을 살핌에 있어서, 공경으로부터 사에 이르는 사람들은 시詩를 올리게 하고, 소경(瞽고)은 곡曲을, 사史는 서書를, 사師는 바른 간언을, 소경瞍(수)은 부賦를, 눈이 어두운 이(矇몽)는 낭독을, 백공은 간언을, 서인들은 전언을 하게 한다. 또 근신들은 법을 지키고, 친척들은 서로 살피고 고사瞽史는 가르침을 펴게 하였다.” 사광이 말한 것과 유사하다.
▣商旅于市: ‘상려’는 동의사의 연용이다. 『역·복괘』의 “상인이 다니지 못했다(商旅不行)”, 『주례·고공기』의 “사방의 진귀한 물건을 밑천으로
유통시키는 사람들을 상려라 한다(通四方之珍異以資之謂之商旅)”, 『예기·월령』의 “관문의 낮게 만들면 상인들이 찾아온다(易關市, 來商旅)” 등으로 입증할 수 있다. 본문의 “商旅于市”는 앞 글을 이어서 동사를 하나 생략한 것이다. 『한서·고산전賈山傳』의 “서민들은 도를 헐뜯고 상인은 시장을 비판한다(庶人謗於道, 商旅議於市)”를 보면 “의”자를 덧붙여 해석했는데 옳다. 두예는 “‘려旅’는 진열의 뜻으로서 물자를
진열함이다.”라고 설명했고, 왕인지의 『술문』은 려를 펼쳐놓다臚(려)로 읽어서 전언으로 풀이했는데 모두 려를 동사로 본
오류이다.
▣百工獻藝: 백공이란 각종의 장인들이다. 『주례·고공기』: “바른자와 굽은 자를 이용해서 갖가지
재료를 신중히 사용하여 백성들이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이를 백공이라 한다.” 다음 글 “工執藝事以諫”은 바로 이 “헌예獻藝”의 뜻이다.
▣故『夏書』曰: “遒人以木鐸徇于路: 주인遒人은 『상서위공전』의
“宣令之官”에 해당한다. 주遒의 음은 추酋이다. 순徇의 음은 순殉이고 순행하면서 명령을 널리 알리는 것. 목탁은 겉은 금속이고
안의 혀 모양의 것은 나무로 만든다. 둘 다 모두 금속일 경우는 금탁이라 한다. 금탁은 군사 용도에 쓰이고 목탁은 문교에 사용한다.
▣官師相規: 관사는 어떤 한 관직의 수장이다. 그의 지위는 그다지 높진 않다. 『좌전·양공15년』의
“관사가 단정공의 뒤를 따랐다(官師從單靖公)”, 『예기·제법』의 “관사가 한번 예방하고(官師一朝)”, 『한서·가의전』의 “관사는 신분이 낮은 관리이다(官師小吏)” 등으로 입증할 수 있다. 송나라 왕응린의 『곤학기문』권2와 왕인지의 『술문』에 근거한 설명이다.
▣工執藝事以諫.’: 이 부분은 일서이다. 위『고문상서』를 만든 이는 「윤정편胤征篇」에 삽입하고 있다.
▣正月孟春,於是乎有之,諫失常也: 춘추시대 이전 천자와 제후는 대신과 간관이 있었는데 그들은 어떤 사안이 발생하면 간언했다. 신분이 낮은 관리와 백공 등은 매년 정월 주인遒人이 길을 순행할 때
비로소 앞에 나서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天之愛民甚矣,豈其使一人肆於民上,以從其淫: 사肆는 방자함. 종은 방종縱과 같다.
▣而棄天地之性? 必不然矣.”: 천지의 본성을 버리는 일은 곧 백성을 버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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