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나라 손림보의 무례 (춘추좌전.9.7.7.)
위나라의 손문자(손림보)가 우리나라로 와서 빙문하고, 계무자의 해명에 감사를 표했다. (☞ 9.7.5.) 더불어 손환자가 맺었던 동맹을 더욱 돈독히 했다. 양공이 대청의 계단을 오를 때 손림보도 나란히 계단을 올랐다. 숙손목자叔孫穆子가 의전을 돕고 있다가 급히 달려와 말하였다. “제후의 회합에서 과군이 위군의 뒤에 선 적이 없습니다. 지금 귀하가 과군의 뒤를 따르지 않고 나란히 오르니 과군께 어떤 실수가 있었는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시지요!” 손림보는 자신의 무례에 해명도 또 뉘우치는 낯빛도 없었다.
목숙穆叔이 말한다. “손자는 필경 망할 것이다. 신하로서 군주처럼 행동하고 과실을 범하고도 개전의 빛이 없으니 망함의 근본이다. 『시』(『소남·고양』)는 말한다. ‘공궁에서 퇴조하여 식사하는 그 모습 차분하고 침착하네.’ 이는 순종을 말한 것이다. 제멋대로 행동하고도 오히려 차분하니 필경 꺾여 부러질 것이다.” (☞ 9.26.2.)
원문
(9.7.7.) 衛孫文子來聘,且拜武子之言,而尋孫桓子之盟. 公登亦登. 叔孫穆子相,趨進, 曰: “諸侯之會,寡君未嘗後衛君. 今吾子不後寡君,寡君未知所過. 吾子其少安!” 孫子無辭,亦無悛容.
穆叔曰: “孫子必亡. 爲臣而君,過而不悛,亡之本也. 『詩』曰: ‘退食自公,委蛇委蛇’,謂從者也. 衡而委蛇必折.”
주석
▣衛孫文子來聘,且拜武子之言: 두예: “노나라의 늦어진 보빙이 다른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었다라는 말을 뜻한다.”
▣而尋孫桓子之盟: 환자는 손량부로서 문자의 부친이다. 그가 예방하여 맹약을 체결할
때는 성공 3년의 일이다.
▣公登亦登: 『의례·빙례』에
따르면, 빙국(방문을 받은)의
군주가 중정에 서서 귀빈에게 안으로 들어오라 청한다. 귀빈은 들어와 세 차례 읍하고 계단의 앞에 선다. 공궁의 계단은 7개인데 계단을 올라 전당에 오른다. 계단 앞으로 와서 주인과 손님이 서로 먼저 오를 것을 사양한다. 예에
따르면 군주가 먼저 두 계단을 오른 후 빈이 한 계단을 오른다. 신하는 당연히 뒤에 있어야 하고 군주와의
거리는 한 계단이다. 지금 노 양공이 계단을 오르는데 손림보는 그를 따라 옆에서 똑같이 오르고 있었다.
▣叔孫穆子相,趨進, 曰: “諸侯之會,寡君未嘗後衛君: 노나라와 위나라의 군주의 지위는 서로 동등하기 때문에 함께 계단을 오른다.
손림보는 당연히 양공을 위나라 군주처럼 여겨야 한다는 뜻.
▣今吾子不後寡君: 『한비자·난사』역시
이 일화를 기재한다. “지금 그대는 우리 군주의 한 계단 뒤에서 오르지 않고 있다.” 숙손이 말하는 바는 그대는 그대의 본국에서 위나라 군주의 뒤에서 계단을 오르는데 여기 노나라에 와서는 그렇지
않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寡君未知所過: 이 말은 외교적 수사이다. 우리 군주께선 자신의 과실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당신에게 경시당하고 있다는 뜻.
▣吾子其少安!”: 『이아·석고』는
“안安은 그침이다(安, 止也)”라고 풀이한다. 즉 걸음을 잠시 멈추라는 뜻.
▣孫子無辭,亦無悛容: 전悛은 과실을 고침의 뜻이다.
▣穆叔曰: “孫子必亡. 爲臣而君: 군주와 동등하게 걷고 있으니 마치 스스로 이 나라의 군주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뜻.
▣過而不悛,亡之本也: 『한비자·난사』: “손자가 위나라에서 군주처럼 행세하고 노나라에 와서도 신하처럼 행동하지 않았다.” 림보가 위나라에서 역시 위나라 군주처럼 행세했다는 뜻. 성공 7년과 14년의 『좌전』에 따르면, 위
정공과 손림보의 관계는 매우 나빴지만 손림보가 진나라의 지지를 얻고 있어서 정공이 그의 지위를 박탈하지 못했다.
이때는 정공의 아들 헌공이 재위하고 있을 때인데 그의 전횡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다. 한비의
“군주처럼 행세했다”는 말이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니다.
▣『詩』曰: ‘退食自公,委蛇委蛇’: 『국풍·소남·고양羔羊』의 시구이다. “退食自公”은 “自公退食”의 뜻이다. 퇴조하여
집에서 밥을 먹다. 위사委蛇는 과거 위이逶移로 읽었는데, 조용하고 침착한 모습을 나타낸다.
▣謂從者也: 종從은 순종의 뜻. 구의 뜻은 조용하고 침착하니 군주에 순종하는 모습이 이와 같았다.
▣衡而委蛇必折.”: 형衡은 곧 횡橫이다. 전횡의 뜻. 제멋대로 행하는 사람이 오히려 조용하고 침착하며 훗날의
우환을 걱정하지도 않는다. 필경 꺽여 부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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