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멸친大義滅親
본문
주우가 여전히 민심을 얻지 못하자 석후는 부친 석자石子(석작)에게 군주의 지위를 안정시킬 방도를 물었다. 석자가 말했다. “왕을 알현하면 안정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알현할 수 있을까요?” “바야흐로 진陳 환공이 왕의 총애를 받고 있다. 우리와 진나라의 관계도 개선되고 있으니 만약 주우가 진陳나라를 예방하여 그를 통해 청탁하면 필시 뜻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석후가 주우를 시종하여 진나라로 갔다.
석작이 진나라에 사자를 보내 고했다. “위나라는 소국이고 노부는 늙어 무능합니다. 저 두 사람은 실로 과군을 시해한 자들이니 이 기회에 그들을 도모하여 주십시오.” 진나라가 두 사람을 사로잡고 그들을 처리할 때 위나라 사람이 참석하게 했다. 9월, 위나라는 진나라가 복濮(안휘성 박현 동남쪽, 진陳나라)에서 주우를 죽일 때 우재추醜右宰를 파견해 참석하게 했다. 석작은 진陳에서 아들 석후를 죽일 때, 가신 누양견을 보내 참석하게 했다.
군자는 말한다. “석작은 진실된 신하이다. 주우를 증오하여 후를 그와 함께 죽였다. ‘대의멸친’이란 아마도 이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
1.4.5. 州吁未能和其民, 厚問定君於石子. 石子曰: “王覲爲可.” 曰: “何以得覲?” 曰: “陳桓公方有寵於王. 陳·衛方睦, 若朝陳使請, 必可得也.” 厚從州吁如陳. 石碏使告于陳曰: “衛國褊小, 老夫耄矣, 無能爲也. 此二人者, 實弒(1)寡君, 敢卽圖之.” 陳人執之, 而請涖于衛. 九月, 衛人使右宰醜涖殺州吁于濮. 石碏使其宰獳羊肩涖殺石厚于陳.
君子曰: “石碏, 純臣也. 惡州吁而厚與焉. ‘大義滅親’, 其是之謂乎!”
(1) 각 본에는 “살殺”로 쓰고 있다. 여기서는
『당석경』과 송 본을 따라 글자를 고쳤다.
해설
▣州吁未能和其民: 앞에서 노나라의 대부 중중이 은공의 질문에 대해 “신은 덕으로 백성들을 안정시킨다는 말은 들었다(以德和民)”라고 대답했었다. 본문의 “화민”은 이를 이어주고 있다.
▣厚問定君於石子: 후厚는 석후石厚이며 주우와 친한 무리이고 석작의 아들이다. 『좌전·은공3년』의 “석작의 아들 후가 주와 함께 어울렸다”는 언급이 이를 말한다. 정군定君이란 군주의 지위를 안정시키다. 주우는 아직까지 백성들을 안정시키지 못하여 그 지위가 안정되지 못했다. 석후가 그의 부친에게 조언을 구한 것이다. 석자는 곧 석작이다.
▣石子曰: “王覲爲可.”: 제후가 천자를 조견하는 것을 ‘근覲’이라 한다. 왕근王覲은 근왕覲王과 같다. 이런 어법은 『공자가어』의 편명인 「교문郊問」과 같다. “교郊에 대해서 묻다”는 뜻이다. 또 『초사』에도 「천문天問」이란 편명이 있는데 이것은 하늘에 묻다는 뜻이다. 석작은 만약 주왕을 조견할 수 있다면 지위의 합법(천자의 동의)성을 획득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曰: “何以得覲?” 曰: “陳桓公方有寵於王: 당시 진 환공은 사망 전이므로 시호를 쓰는 것은 마땅치 않다. 이는 『좌전』작자의 드문 필법이라 할 수 있다. 『좌전』에서 이런 경우는 여기 한 곳뿐이고 『사기』의 경우는 상당히 많다.
▣陳·衛方睦, 若朝陳使請: 조朝의 음은 조潮이다. 제후가 천자를 조견하는 것을 조朝라 하고 제후끼리의 만남 역시 조朝라 한다.
▣必可得也.” 厚從州吁如陳: 여如는 동사이며 가다의 뜻.
▣石碏使告于陳曰: 衛國褊小: 편褊의 음은 폄貶이고, 작다의 뜻이다. 편소褊小는 당시의 상용어이다. 『맹자·양혜왕상』에서 제 선왕 역시 “제나라가 비록 협소하나(齊國褊小)”라는 말을 하고 있다.
▣老夫耄矣: 『예기·곡례』에 따르면 대부가 70세를 넘으면 “노부老夫”라고 자칭한다. 「곡례」의 정현의 주석: “모耄는 정신이 흐리다는 뜻이다.”
▣無能爲也. 此二人者, 實弒寡君, 敢卽圖之: “시弒”자를 각본에선 “살殺”로 쓰고 있지만 여기서는 『당석경』과 송 본을 따라 “시”로 고쳤다. 감敢은 감히 청컨대의 의미. 즉卽은 취, 즉 이 기회를 잡다.
▣陳人執之, 而請涖于衛: 리涖의 음은 리利 혹은 류類이며 오다/임하다(臨)의 뜻. 즉 진나라는 그들을 잡아놓고서 위나라에서 직접 와서 주살할 것을 요청했다.
▣九月, 衛人使右宰醜涖殺州吁于濮: 우재右宰는 위나라의 관명인데, 관명을 씨로 삼은 어떤 사람이다. 『좌전·양공14년』에 우재곡穀이란 인물이 보인다. 추醜는 인명이며 복濮은 지명이다. 『춘추』의 주석을 참조하라. 『사기·위세가』의 기록은 약간 다르다.
▣石碏使其宰獳羊肩涖殺石厚于陳: 누獳는 노奴와 후侯의 반절이다. 고대 경대부에겐 가신이 있었고, 가신 중 우두머리를 “재宰”라 한다.
▣君子曰: “石碏, 純臣也: 본문과 『좌전·은공원년』의 “영고숙은 진실한 효자이다(潁考叔, 純孝也).”의 구법은 같다. 여기서 신臣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바로 『국어·진어』의 “군주를 섬김에 있어 두 마음이 없는 사람을 신臣이라 한다”는 말이 이에 해당한다.
▣惡州吁而厚與焉: 여與의 음은 예預이고 함께 살륙되었다는 뜻.
▣‘大義滅親’: 이는 고어古語이다.
▣其是之謂乎!”: 주석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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