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 시호諡, 씨족族, 성姓의 유래

본문

무해無駭가 타계하자 우보가 그를 위해 시호와 ‘족族’을 청하였다. 은공이 중중에게 ‘족’에 대해 물었다. 중중이 답하였다. “천자가 유덕자를 제후로 세울 때 그의 출생 배경을 따라 성姓을 하사하고, 토지를 내려 봉하고 그 지명을 씨氏로 삼게 하였습니다. 제후는 대부의 자字를 시호로 하사하고 후손들은 그 시호를 ‘족’으로 삼았습니다. 어떤 관직을 역임하여 대대로 공로가 있었다면 관명을 ‘족’으로 삼게 하였습니다. 보유한 채읍 역시 마찬가지로 ‘족’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은공은 무해의 자字를 따라서 전씨展氏를 하사했다.

1.8.8. 無駭卒, 羽父請諡與族. 公問族於衆仲, 衆仲對曰: “天子建德, 因生以賜姓, 胙之土而命之氏. 諸侯以字爲諡, 因以爲族, 官有世功, 則有官族. 邑亦如之.” 公命以字爲展氏.

해설

▣無駭卒, 羽父請諡與族: 시諡는 사후에 그 사람의 생전 행적에 근거하여 이름을 하사한다. 시호의 하사는 주나라 공왕共王과 의왕懿王의 뒤에 생겨났다(왕국유의 『휼돈발遹敦跋』에서의 결론). ‘족’과 성씨의 ‘씨’는 같다. 모기령의 『경문』: “씨氏와 족族은 원래 구분하지 않았다. 양중襄仲은 ‘중仲’을 씨氏로 삼았고, ‘동문東門’을 족族으로 삼았는데, 『춘추』에서는 양중의 아들을 동문씨東門氏라고 쓰고 있다. 족을 또한 씨라고 부른 것이다. 진나라의 숙향은 ‘힐肸의 종宗 11족엔 양설씨羊舌氏가 있을 따름이다.’라고 말했는데, 숙향은 ‘숙叔’을 족으로, ‘양설羊舌’을 씨로 생각했다. 지금은 ‘양설’을 족이라고도 하니, 씨 역시 족으로 부른 예다. 무해는 공손(군주의 손자)의 아들이다. 생전에 씨를 하사 받지 못했기 때문에 죽음에 이르러 우보가 그를 위해 씨를 청한 것이다.” 고염무의 『일지록』: “『춘추』의 은공과 환공의 시기에 경대부 중 씨를 내린 이는 아직 적었기 때문에 무해의 죽음에 이르러 우보가 그를 위해 족을 내려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장공과 민공 이후로는 성을 받지 않은 이가 없었다.”

▣公問族於衆仲. 衆仲對曰: “天子建德: 두예의 주석에 따르면 건덕이란 덕이 있는 사람을 세워 제후로 삼은 것을 말한다.

▣因生以賜姓: 이 부분에 대한 과거 학자들의 이설이 매우 많다. 왕충의 『논형·힐술詰術』에 따르면, 예를 들어 하우의 선조는 모친이 율무를 삼키고 낳았기 때문에 하나라의 성은 이苡 (『사기』는 사姒로 쓴다)가 되었으며, 상나라의 선조 설契은 그 모친이 간적이다. 제비알燕子을 먹고 설을 낳았기 때문에 상의 성이 자子이다. 또 주나라 선조는 기棄인데, 그 모친은 강원姜原이다. 거인의 발자국을 밟고 잉태한 후에 기를 낳았기 때문에 주나라의 성은 희姬가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사례는 그 선조가 잉태한 연유를 따라서 성을 삼았다는 것을 말한다. 두예의 주석과 공영달의 『소』 그리고 정초의 『통지·씨족략서氏族略序』에선 순舜은 규예嬀汭에 살았는데 후손 호공만胡公滿이 덕이 있어서 주나라가 그에게 규嬀라는 성을 내렸으며, 강姜이 강성을 얻은 까닭은 그들이 강수姜水에 거주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 선조들이 본래 거주했던 곳을 따라서 성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이것이 또 다른 설명이다. 우창于鬯의 『향초교서香草校書』는 생生을 성性으로 해석하여 성性은 곧 덕德이라고 보고 있다. 즉 어떤 사람의 생전의 덕행을 따라서 성을 내리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것이 또 하나의 설명이다. 상고시대 성씨의 기원의 구체적 정황은 이미 현재로선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앞서의 각종 설명은 모두 억측에 속하며, 여기 중중의 설명 역시 당시의 전설 혹은 전례에 근거하여 말한 것으로서 반드시 고대의 실제 정황과 부합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胙之土而命之氏: 『국어·제어』의 위소의 주석: “조胙는 하사하다.” 『운회』: “사직을 세워 배치하는 것을 조胙라 한다.” 두예의 주석에 따르면, 천자가 제후를 봉건할 때, 성姓은 그의 유래를 따라서 하사하고, 씨氏는 봉건한 땅을 따라 하사했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주나라가 순의 후손을 진陳나라에 봉건하니 그 성은 유래에 따라 규嬀라 하고, 씨는 봉건한 지역인 진陳을 근거로 하사한 것과 같다. 『국어·주어하』: “하늘이 그를 어여삐 여겨 천하를 주었으니 사姒라는 성을 내리고, 씨를 유하有夏라 하였다. 이는 그가 능히 천하만물을 풍요롭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악국四嶽國을 그에게 내리고 그를 후백侯伯으로 삼았는데 강姜이라는 성을 내리고 유여有呂라는 씨를 내렸다. 이는 그가 우禹 임금을 도와 그의 충실한 신하로서 만물을 잘 길러내고 백성들을 풍요롭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상호 입증할 수 있다. 유사배의 『좌암집左盦集·권2』에 『석씨釋氏』가 있는데 참고할 만하다.

▣諸侯以字爲諡, 因以爲族: 정현은 “諸侯以字爲諡”를 한 구로 봤지만, 두예는 “諸侯以字”에서 끊어 읽었다. 옳지 않다. 완원의 『교감기』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이 문구는 제후에서 대부까지는 그의 자字로써 시호를 삼고, 그의 후손들은 이를 족성族姓으로 삼는다는 의미이다. 자字를 족성으로 삼는 경우는 공족公族에게서 빈번하다. 당시의 제도를 보면, 제후의 아들은 공자公子라고 부르고, 공자의 아들은 공손公孫으로 부른다. 그러나 공손의 아들은 재차 공손이라 부를 수 없고, 그 조부의 자字를 씨氏로 삼는다. 예를 들면 정나라 공자거질은公子去疾은 정나라 목공穆公의 아들이고, 자字는 자량子良이다. 그의 아들은 공손첩公孫輒이고, 그의 손자 양소良霄는 양良을 씨로 삼았다. 양소의 아들은 양지良止이다. 또 부친의 자字를 족으로 삼은 경우도 있는데, 예를 들면 위나라의 자숙子叔과 공맹公孟, 송나라의 석씨石氏 등이 그런 예다.

시법諡法은 주나라 공왕共王·의왕懿王 이후에 생겼으며 처음에는 천자와 제후들만 시호를 가졌고 경대부들은 아직 이 제도를 사용하지 않았다. 동주東周 이후에 경대부들 역시 점차 시호를 사용하게 되었다. 일찍이 최술은 『춘추전』을 연구한 바, 진晉은 문공 이전에 난공숙欒共叔만이 시호가 있었고, 호언狐偃과 선진先軫 등 진나라 문공의 패업에 공이 있는 신하조차 시호가 있지 않았다. 진 양공襄公 때에 이르면 조최趙衰와 난지欒枝가 처음으로 시호를 가졌고, 선차거先且居, 서신胥臣 등의 부류는 자字를 칭했다. 성공成公·경공景公 이후로 비로소 경들이 시호를 일반적으로 사용하게 되었지만, 선곡先縠과 삼극三郤은 지은 죄로 인해 주살되었기에 시호가 없었다. 그러나 평공平公과 경공頃公 시대까지 내려오면, 비록 난영欒盈이 난을 일으켜 죽임을 당하고, 또 순인荀寅과 사길사士吉射는 지위에서 쫓겨나 국외로 도망쳤는데도 시호가 있었다. 노나라는 시호를 가진 대부가 타국에 비해 비교적 많다. 그러나 환공과 장공 이전에는 경의 대부분은 시호가 없었다. 소공과 정공 때 영가아榮駕鵞, 남궁열南宮說, 자복공보子服公父 등의 부류 즉 하대부들 역시 시호가 없는 이가 없었다. 정나라는 초기에는 모두 시호가 없었지만 춘추시대 말기에 이르러, 자사子思와 자승子賸 역시 시호가 있게 되었다. 오직 송나라만은 시종일관 대부들에 시호가 없었다. 이러한 사실들을 근거로 보면, 춘추 초기 대부들은 모두 시호를 부르는 예가 없었기 때문에 중중이 자字를 시호로 내린다고 은공에게 설명했던 것이다. 옛 학자들은 대부분 이런 의미를 알지 못했다. 장문풍張文檒의 『누강일기螻江日記』를 보면, 비록 그는 그 의미를 알았던 것 같지만 논증이 명확하지 못해 대략 얼버무리고 말았고, 우창于鬯은 이 의미를 알지 못해서 “以字爲諡”의 “爲”는 “與”의 뜻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만약 이처럼 한다면 문장의 뜻이 통하지 않게 된다. 고염무의 『두해보정杜解補正』에선 육찬陸粲의 『좌전부주左傳附注』를 근거로 정현이 (허신의)『오경이의五經異義』를 논박할 때, 이 문구를 ‘諸侯以字爲氏’로 인용하고서, ‘씨氏를 오늘날 시諡자로 쓰고 있지만 이것은 옮겨 쓸 때 생긴 오류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주희로부터 석온옥石韞玉의 『독좌치언讀左卮言』과 장총함張聰咸의 『좌전두해변증左傳杜解辨證』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 주장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以字爲氏, 因以爲族’으로 쓴다면 이는 중복되는 말일 뿐이니 취하지 않는다.

▣官有世功, 則有官族: 이 말은 선대에 탁월한 공적이 있었던 관직명을 그 족성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사마씨司馬氏·사공씨司空氏·사도씨司徒氏, 송나라의 사성씨司城氏, 진晉나라의 사씨士氏·중항씨中行氏 등의 그 예다.

▣邑亦如之.”: 이는 선대가 보유했던 채읍을 족성族姓으로 삼는 경우다. 진晉나라의 한씨韓氏·조씨趙氏·위씨魏氏 등의 부류다.

▣公命以字爲展氏: 두예: “공손公孫의 아들은 조부의 자字를 씨로 삼는다. 무해는 공자전公子展의 손자이기 때문에 전展씨가 된 것이다.” 이것은 『공양전』의 설에 근거한 것이다. 명나라의 부손傅遜은 “전展”은 무해 본인의 자字라고 설명했는데, 문맥을 고려할 때 부손의 주장의 비교적 신뢰할만 하다. 두예 이후로 공영달의 『소』, 정초의 『씨족략氏族略』, 『당서唐書·재상세계표宰相世系表』등이 모두 두예의 설을 따랐는데 잘못된 설명이다.